사람들마다 5월 30일에 다양한 추억이 있겠지요.
제게 5월 30일은, 이마무라 쇼헤이가 지구를 떠난 날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벌써 5년 전이네요.
이마무라 쇼헤이.
일본을 대표하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혹은 세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작인 1983년 '나라야마 부시코'로, 1997년에는 '우나기'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번이나 수상한 작가입니다. 2006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20편을 작품을 남겼습니다. 특히 이마무라 감독의 1979년작 'Vengence is mine'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첫 편인 '복수는 나의 것'의 모티브가 된 동명작품으로 국내에서 유명합니다.
저는 이마무라 역시 영화 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마무라 리얼리즘'이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그의 영화는 진실했으니까요.
'나라야마 부시코' '간장선생' '우나기'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등 제가 본 그의 영화들은 살점 같은 날것의 색깔에 오묘한 판타지의 냄새가 뒤범벅된 '날짐승'의 느낌을 줬습니다.
소위 거장으로 불리거나 혹은 거장으로 불리다 죽는 감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리얼리즘을 추앙하는 그들의 시선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따뜻해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선을 능숙하게 허물어 버립니다. 고통스런 현실을 리얼리즘으로만 보여준다면 세상은 혹은 영화란 매체는 관객의 목을 조여오는, 잔인하기만한 공간일 수도 있을테니까요.
저는 리얼리즘을 제대로 추구하는 사람들은 결코 누군가를 선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선동에 능했다면 그들은 정치가가 됐을 테지요. 사회 구석구석의 현실들을 차분히 응시해 필름에 담으려면 오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항상 직언을 내뱉을 수 있는 '까칠한' 성격의 사람들이었다면 영화감독이 되지도 않았을 테지요. 한순간 말을 내뱉기는 너무 쉬우니까요..
저는 이마무라 영화를 보며 여성과 물, 전쟁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본 여성들은 생명을 잉태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 같았습니다. 얼핏 보면 함부로 몸을 놀리는 여자로 보이지만 결국 그들의 몸에서 나온 물과 아이, 젖은 대지와 하천을 비옥하게 했습니다. 전쟁 중에도 일본의 남자들은 결국 이 여자들의 품에서 굶주린 배를 채웠고 희미한 깨달음들을 얻었습니다.
남자들이 전쟁과 폭력과 욕정에 들끓을 때마다 이 여자들은 유치한 짓을 하는 남자들을 웃으며 보듬습니다. 남성 중심적인 시각의 영화로도 느껴질 수 있지만 김기덕 감독 류의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이마무라의 캐릭터들과 확연히 다른듯 합니다. 이마무라의 뮤즈들은 긍정적이었고 따뜻했습니다. 그 영화를 보는 남자였던 저는 그래서 세상의 현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마무라 감독은 사람을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영화 속 남자들을 결코 나쁜 놈으로 몰고 가지 않았습니다. 그저 동물이기에 본능에 충실한 남자나 여자는 모두 진실합니다.
다만 차이점은 남자들은 어린이 동물이고 여자들은 어머니 동물입니다.^^
우나기 (The Eel, 1997) | 국내개봉 1999 .05 .01 | 117분 | 일본 | 청소년 관람불가
ps. 이케베 신이치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음악 감독입니다. 일본의 '엔리오 모리코네' 같은 분입니다. 특히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영화에 많은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1979년 '복수는 나의 것'에서 부터 1982년 '나라야마 부시코', 1997년 '우나기', 2001년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등 4편에서 이케베 신이치로 감독의 영화음악을 함께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이케베 감독의 영화음악은 이마무라 감독 영상 중 분주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인물들의 동선에 매우 역동적인 전개감을 선사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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