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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오늘의 노래] 나무

대학 전공과목으로 생태학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생태학은 생물과 환경간의 모든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생태학을 들으면 자연스레 독성학도 공부하게 됩니다. 
독성학은 생물에 해로운 독을 규명하는 학문인데 지금까지 기억에 꽤 오래 남아있습니다. 
'이건 학문적 규정를 넘어 삶의 진리에 가까운 명제'라고 느낀 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순환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독으로 변한다'는 내용이 그랬습니다.
 
 환경오염의 원인은 순환되지 못하는 것들이 생물 주변 환경에 늘어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환은 물질이 끊임없이 화학적으로 다른 물질로 변하면서 '원'을 그리는 과정이라고 상상하면됩니다. 똑같은 원을 계속 그릴 수 있다면 그 순환은 건강합니다.
 순환하는 것들은 자연적으로 다른 물질로 환원됩니다. 그리고 썩는다는 것은 환원의 중요한 과정입니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냄새나고 더러운 과정일 수 있겠지만 생태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이 바로 자연정화이기 때문입니다. 
 
 고로 썩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분해되지 않는 것들은 결국 순환의 원이 완성되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순환이 끊기는 특정 지점에는 분해되지 않는 것들이 잔뜩 쌓여가기 시작합니다. 분해되지 않는 것들이 쌓일 수록
그 독성은 강해집니다. 생태계 일부가 오염되고, 독성 주변의 생명체는 죽어가고, 결국 그 생태계 전체 순환의 고리가 끊어집니다.

 이런 분해되지 않는 것들은 흔히 인공화합물이라고 불리는 것들입니다. 자연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 만드는 화합물이란 뜻입니다. 이 인공화합물들은 그 자체로도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문제지만, 이 인공화합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순물과 같은 특정 부산물들이 생깁니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부산물들은 굉장히 독성이 강합니다.

 그 대표적인 부산물이 다이옥신입니다. 다이옥신의 독성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치사량이 0.15g인 청산가리보다 1 만배, 비소(AS)의 3000배에 이르는 독성을 갖고 있습니다. 다이옥신 1g이면 인간 2만명을 죽일 수 있습니다.
 다이옥신은 지구상에서 독성이 가장 강한 독극물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분해되지도 않을뿐더러 용해도 되지 않아서 인체에 극히 적은 량이 흡수되었다해도 축적돼 10~25년이 지난 후에도 각종 암, 신경계 손상, 기형유발, 독성유전 등의 각종 후유증을 일으킵니다.
 
 다이옥신은 부산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이옥신이 부산물로 다량 포함된 물질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고엽제'입니다. 
 

                                                                                                      [사진 출처=위키미디어 공용]
 
 제초제인 고엽제를 만들 때 부산물로 다이옥신이 만들어지고, 예전에 만들어진 고엽제에는 이런 다이옥신이 함께 포함됐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독성물질인 고엽제는 베트남 전쟁중에 베트콩 게릴라가 숨어 있는 삼림지역의 나뭇잎을 없애기 위해 미군이 다량 살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지난 1961년부터 1971년까지 4400만리터의 고엽제를 베트남 주요작전지역에 비행기로 살포했는데 이 중에는 다이옥신만 170kg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이옥신 1g이면 사람 2만명을 죽일 수 있습니다. 다이옥신 17만g 이면 그 살상력이 어느정도일지 짐작이 되실겁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병사들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엽제가 쏟아지는 곳을 쫓아다니면서 맞았고, 제초작업 때는 고엽제 가루를 철모에 담아서 맨손으로 뿌리기도 했다는군요.

  우리나라 경북 왜관의 미군 주둔지 캠프 캐럴에도 이런 고엽제가 50톤 정도 묻혀있다고 합니다.
 1968년에는 우리나라 38선 DMZ에도 1968년 고엽제가 뿌려졌다고 합니다. 미군들이 북한쪽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베트남과 우리나라에 뿌려진 고엽제와 다이옥신 성분은 아직 그 땅 속에 묻혀있습니다. 그 땅에서는 인간 뿐만이 아니라 동실물들이 지금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왜 이토록 독한 인공화합물을 만드는 걸까요?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일 겁니다. 
  그리고 자연은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인공화합물들과 그 부산물로 인한 독성을 언제까지 참아낼 수 있을까요? 
  산업혁명 이후 약 200년동안의 과학발전은 인간의 삶을 분명 더 편하고 윤택하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의 삶이 편해질 수록 자연은 점점 더 불편함을 느꼈을 겁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돌려줄 환경적 피드백이 제발 재앙이지 않기를,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관리한다는 자연정복의 관점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래봅니다. 

 마지막으로 고엽제로 말라죽은 수많은 나무들이 다시 제자리 울창한 숲을 뿜어내는 찬란한 생명력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의 노래는 이장혁'나무'입니다.
숨∞ (Greenplugged Omnibus Album) | Various Artists | 발매 2011.04.15



나무

우리 약속이나 한 듯 달려가곤 했던
그 여름, 언덕의 나무
푸른 잎사귀 틈으로 흔들리던 햇빛
우린 눈뜰 수가 없었지

너는 기억하고 있니 그늘 아래 했던 말들
나무를 닮고 싶다던 너의 옆얼굴을 난 기억해

거센 바람 불고 세찬 비가 와도
나무는 항상 거기 서서
매미를 키워내고 새들을 쉬게 하고
자기만한 그늘을 짓지

너는 어디서 뭘 하니 바람은 불어오는데
아직도 내가 밉니 마냥 비겁하기만 했던 나

우리 약속이나 한 듯 힘껏 달려가곤 했던
그 여름, 언덕의 나무
푸른 잎사귀 틈으로 흔들리던 햇빛
우린 눈뜰 수가 없었지

ps.1   숨∞ (Greenplugged Omnibus Album) 음반은 '나은 내일을 위한 착한 생각과 작은 실천’이란 주제로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린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1' 참가팀들이 헌정한 노래를 담고 있습니다. 
 이장혁 외 자우림, 이바디, 몽니 등의 음악 12곡이 앨범에 실렸니다. 통상 앨범 제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과 용지 대신 친환경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콩기름 인쇄방식을 사용했습니다. 

ps.2 이장혁은 인디신에서는 유명한 레이블인 루비살롱의 멤버입니다. 루비살롱에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국카스텐, 타바코 쥬스, 문 샤이너스 등 인디신의 대표급 밴드들이 포진해있습니다. 이장혁은 루비살롱 대표밴드들의 파워풀한 락스타일과는 달리 달리 포크 음악을 선보이는 뮤지션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장혁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멀티태스킹'이 잘되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이장혁의 음악을 들으면 노래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려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만큼 이장혁의 음악은 자연스럽고, 익숙하며, 편안하다는 방증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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