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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와인

Chateau Musar 2003 (샤토 무사르 2003) 모래가 가득 깔린 한 밤의 놀이터 벤치.. 담배 한대 피우며 가로등 불 밑에 앉아있다. 저 멀리 들리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희미하게나마 걸어오는 여성의 윤곽이 보인다. 갓 스무살을 넘긴 듯한 앳된 실루엣, 화장기 없는 새하얀 피부와 단정한 옷매무새. 늦은 시간 한적한 놀이터를 홀로 찾을 나이는 아닌 듯 싶은.. 내 앞을 지나 그녀가 옆 벤치에 앉는다. 흘깃 훔쳐보니 전통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꽤 매력적인 생김새. 스무살로부터 이미 10여년의 세월은 스쳐간 듯한 다소 다부진 인상. 화장기는 없지만 또렷한 이목구비, 옅은 쌍꺼풀에 가느다란 눈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도드라진다. 군더더기 없는 검은색 하이힐에, 천연 가죽색 스타킹. 그리고 짙은 보라색 트렌치 코트. 바람이 불어온다. 그녀의 화장분 냄새.. 더보기
Babich Black label Sauvignon Blanc 2010 + RP(Ray point): 88 + Try again: Yes + Price: 할인가 2만 5천원~3만원 + Note: 간만에 만난 혀를 조우는듯 한 산도와 짠맛을 제공한 배비치 블랙 라벨 쇼비뇽 블랑. 원래 세계적인 쇼비뇽 블랑의 산지인 뉴질랜드 말보로 동네에는 우리 나라에서 잘 팔리는 쇼비뇽 블랑들이 즐비한 곳. 대표적인 Cloudy bay, Kim Crowford, Dog Point 등의 와인은 노즈에 코를 대자 마자 Cut Green Grass가 폭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비치 블랙 라벨은 바로 잔디를 잘랐을 때 나는 그 풀의 향과 복숭아, 자두, 약간의 파인애플, 미네랄 등의 부케와 함께 혀 위로 타고 들면 산도가 혀를 조일만큼 강한 구조감을 자랑하면서 쇼비뇽 블랑 특유의 짠 소금맛이 혀를.. 더보기
Castello Di Querceto Chianti Classico 2009 + RP(Ray point): 91 + Try again: Yes + Price: 할인가 5~6만원 + Note: 카스텔로 디 쿼체르토에서 생산하는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절제미라는게 어떤건지 생각해보게 해준 와인. 일단 노즈에서는 2009년 young vin 답지 않게 젖은 나무, 낙엽 등의 제법 올빈 내음을 풍김.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특유의 꿈꿈한 향이 아닌 올빈의 나무향이 지배적. 그리고 블랙 베리, 카시스, 블랙 커런트 등의 블랙 계열 향이 피어나다, 산지오베제 특유의 산도가 쏘아올리는 밝은 베리 계열의 아로마도 느껴짐. 당도는 '아 단맛이 개운하게 남는구나' 싶을만큼, 산도 역시 그렇게 센 편은 아니어서 밸런스를 이룸. 특히 피니시에서는 깔끔한 뒤끝이 인상적임. 이 와인을 짧게 표현하면 '보.. 더보기
Vosne Romanee Patrice Rion 2001 + RP(Ray point): 87 + Try again: Yes, but on younger vintage. + Price: 할인가 6~7만원 + Note 브르고뉴 도멘 파트리크 리옹이 소유한 본 로마니 밭에서 딴 빌라쥬급 와인. 찾아보니 파트리크 리옹이 생산하는 프리미에 크뤼 본 로마네도 있다. 이 와인은 가장 기본 본 로마니 AOC. 일단 01 vin 답게 젖은 나무, 젖은 종이 등의 습한 향이 노즈에서 밀려온다. 또 탄닌도 세월의 흐름만큼 부드럽게 녹아 혀 위에서는 실크 같은 느낌을 다소 풍김. 하지만 시음 적정기 피노 노아 와인에서 피어나는 특유의 과일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향에서도 역시 스트로베리 계열이나 허브 계열의 조화로운 아로마는 찾기 힘들었다. 당도가 받혀주지 못하니 산도만 살아.. 더보기
Chassagne Montrachet 2009 Rene lequin-colin Chassagne Montrachet(샤사누 몽라세) 2009 Rene lequin-colin + RP(Ray point): 95점 + Try again: Absolutely Yes + Price: 프랑스 현지 80유로 + Note 브르고뉴에 무수히 많은 샤사누 몽라세 생산 도멘이 있다. 고로 전체 다 안마셔봐서 비교하기 어려우나.. 이 몽라세의 개성은 뛰어난 느낌. 마치 물처럼 부드럽게 입으로 빨려들어와 혀 위에서 스웰링이 시작되면.. 수직 상승하듯 산도를 응집한 뒤.. 정점에서 차가운 미네랄 폭죽을 퍼뜨리고 피니시. 부드러우면서도 상큼한 밸런스. 빈티지가 적은 탓에 유질감은 다소 적으며, 오크 터치가 최소화한 느낌이 오히려 더 상쾌함. Rene lequin-colin이 생산한 그랑 크리 몽라세나 프리.. 더보기
Marlborough, Pinot noir 2008. Marlborough, Pinot noir 2008 + RP(Ray point): 80점 + Try again: No. + Price: 할인가 2만 5000원 + Note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 피노누아, 세계적인 유통업체 테스코에서 소믈리에들을 고용해 가격대비 괜찮은 와이너리를 셀렉션한 뒤 저가로 납품받아 저가로 'Tesco Select'라는 마크를 달아 유통하는 와인들 중 하나. 이 와인은 운송된 선박 컨테이너 속에서 팔팔 끊은 듯 함.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왔다면 적어도 적도 한번은 지났을 것이고, 통상 적도를 지날 때 선박 내부 철로 만들어진 컨테이너 내부 온도는 섭씨 80도를 넘어선다. 말 그대로 물 팔팔 끓는 주전자 속처럼.. 체리향, 스트로베리향, 플라워 블라섬 등 아로마 및 노트 실종. 특유.. 더보기
Montes Limited Selection 2010 Montes Limited Selection(몬테스 리미티드 셀렉션) 2010 + RP(Ray Point) 70 + Try again: No. + Price: 2만~3만원 + Note 카쇼 70%, 카르미네르 30%으로 채워진 리미티드 셀렉션. 그런데.. 노즈 아로마도, 팔레트 탄닌도, 피니시도 ... 모두 형편 없다. 말 못하는 어린 와인에 이러지 말자. 아직 숙성도 제대로 되지 못한, 어린 와인을 리미티드 명찰 달아 이렇게 시장에 풀어버리는 건 돈에 눈먼 포주들과 별반 다른 짓이 아니다. 칠레산들은 밀레짐이 짧은 와인이 많긴 하지만 이건 포도에 할 짓이 못된다. 와인의 철학, 기다림의 미학을 잊었는가. 몬테스여.. 더보기
Trapiche Iscay 2007 Trapiche Iscay(트로피체 이스카이) 2007 + RP(Ray point)=90점 + Try again: why not. + Price: 10만원 +Note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택한 와인. 이스카이 특유의 송로버섯 부케를 한시간 에어링 후 발견. 아주 좋은 공부가 됨. 탕약을 닳인 듯한 마른잎+우드 내음, 그리고 이런 풀들이 많이 녹은 흙의 냄새. 그외 플럼, 블랙 계열 베리. 그리고 다크 초콜릿. 오픈 초반 남미 특유의 풀파워 멜롯 향을 내보이다, 2시간 정도부터 오히려 말벡의 화사한 느낌이 깨어남. 명성에 비해 혹은 명성에 걸맞는 너무나도 헤비한 듯한 바디감과 밸런스. 더보기
Chateau La branne 2006 Chateau La branne 2006 + RP(Ray Point) 85 + Tray again: Yes, but not this vintage. + Price: 5만원 + Note 보르도 데일리 와인 정도의 의미를 지닌 와인. 우리 주변에 팔리는 수많은 보르도 많은 와인들, 특히 5만원대 이하 와인들이 그렇듯, 그다지 특색을 찾기 힘듬. 약간의 민트와 플럼, 땅냄새, 약간의 미네랄 등은 느낄 수 있었지만 특징을 찾기 힘듬. 피니시도, 탄닌도 고만고만함. 이 와인은 구입 때부터 울라지가 약간 낮았는데, 캡을 도려내고 보니.. 상단부 코르크에 와인 넘침 현상이 발견. 백화점에서 산거라 바꾸러 갈까 하다 공부하는 의미로 따셔 마셔봤는데 의외로 손상이나 변질을 적었음. 하지만 전반적인 피니시나 탄닌 구조감 .. 더보기
1865 Carmenere single vineyard 2007 1865 Carmenere single vineyard 2007 + RP(Ray Point): 92 + Try again: Yes + Price: 5만원 + Note 개인적으로 카르미네르를 접하면 처음 찾는 아로마가 진한 우유와 관련됫 것들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밀크 카라멧의 향기와 맛. 그리고 커피 더블 에스프레소, 다크 초콜릿 계열의 카카오, 그리고 하너 더 보태자면 약간의 시너 냄새 같은 페트롤륨 계열의 향. 이런 복합적인 아로마/부케 노즈에 카르베네 쇼비뇽의 묵진한 팔렛트와 메를로의 부드러움이 더해지면 '좋은 카르미네르인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1865 싱글빈야드 카르미네르는 굉장히 기본기가 좋은 카르미네르 와인인 듯 하다. 1865는 워낙 한국사람들에게는 '18홀, 65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