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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와인

Chateau Musar 2003 (샤토 무사르 2003)

 

 

모래가 가득 깔린 한 밤의 놀이터 벤치..
담배 한대 피우며 가로등 불 밑에 앉아있다.

 

저 멀리 들리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희미하게나마 걸어오는 여성의 윤곽이 보인다.

 

갓 스무살을 넘긴 듯한 앳된 실루엣,

 

화장기 없는 새하얀 피부와 단정한 옷매무새.

 

늦은 시간 한적한 놀이터를 홀로 찾을 나이는 아닌 듯 싶은..

내 앞을 지나 그녀가 옆 벤치에 앉는다.

 

흘깃 훔쳐보니 전통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꽤 매력적인 생김새.

스무살로부터 이미 10여년의 세월은 스쳐간 듯한 다소 다부진 인상.

 

화장기는 없지만 또렷한 이목구비,
옅은 쌍꺼풀에 가느다란 눈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도드라진다. 
군더더기 없는 검은색 하이힐에, 천연 가죽색 스타킹. 그리고 짙은 보라색 트렌치 코트.

 

바람이 불어온다.
그녀의 화장분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뭉근한 체취 등이 함께 뒤섞여 실려온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길일까..

 

흘깃거리는 내 눈이 그녀와 마주친다.

 

말보로 레드 담배를 꺼내 입에 문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건다.

 

"담배 불 빌릴 수 있을까요?" 

 

 

수줍음에 얼굴이 붉어진 나는 라이터를 주섬주섬 찾아 건넨다.

 

불을 붙인 그녀는 길게 말보로 레드를 깊게 빨아들인 후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말보로 레드 특유의 달큰한 장미향이 가로등 아래로 흩어진다.

 

"고마워요"라는 말을 잊지 않고 라이터를 내 벤치 옆자리에 공손히 놓는다.

그녀는 벤치에서 일어나 다시 걸어왔던 길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마치 또다른 생의 미네랄 찾아가는 것처럼..

 

나는 사라져가는 그녀를 멀리까지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길일까..

 

그녀의 냄새는 아직 가시지않았다.

 

문득 뒤따라 걷고 싶어진다.

 

 

+ 무사르(musar)는 히브리어로 '윤리'를 뜻함

 

+ RP(Ray point): 97

 

+ Try again: Absolutely Yes

 

+ Price: shop 9만원, Bar 18만원

 

+ 구매 팁: 다음달인 8월 중순까지 홈플러스에서 와인클럽 회원 특가로 '샤토 무사르 2003' 한병 8만6400원에 예약판매 중. 국내 샵에서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레바논 와인의 진수를 한번 경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