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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서로가

서로가..


이문세가 1995년 발표한 9집 '95 Stage With Composer Lee Younghun 앨범에 실린 노래. 벌써 18년 전이라니..


제목처럼 작곡가 이영훈과의 재회를 알렸던 앨범. 특히 이 앨범에서 타이틀곡 '후회'보다 더 팬들 가슴에 오래 남은 곡이 바로 '서로가'다.







이문세는 1993년 80년대부터 자신의 음악적 동반자였던 이영훈 작곡가와 결별을 선언한다,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 뒤로 김현철과 음반활동을 했지만 2년도 채 못돼 이영훈과 다시 재결합한다. 


실제 이 앨범 발매 전 소문으로 이문세가 이영훈과 다시 작업을 한다는 루머가 떠돌았지만 당시는 전혀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라서 그저 앨범이 레코드 가게에 나오기 전까지 '맞다 아니다' 소문만 무성했던 기억이 난다. 설마 자존심 센 이문세가 다시 이영훈에게 손을 벌리겠냐가 당시 정설이었던 듯 하다. 그런데 뜻밖에 이 둘은 정말 아름다운 곡 '서로가'가 담긴 정규 9집을 가지고 대중 앞으로 돌아왔었다. 벌써 18년 전이라니..


이문세는 이영훈을 통해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문세는 그래서 자신만의 음악성과 상업성 대중성을 동시에 거느린 몇 안되는 가수로 인정받았다. 그래서였을까. 이영훈이라는 작곡/작사가의 노래만 잘 부르는 가수로 그저 '이영훈 그늘 아래' 가려지긴 싫었을 거다. 그도 노래 잘하는 가수만이 아닌 뮤지션으로 싱어송라이터로 그의 성공을 온전히 자신의 능력만으로 인정받아보고 싶었을테다. 


그러나 세상사 그렇듯.. 자존심 강한 이문세가 결별 뒤 2년도 못돼 이영훈에게 다시 손을 내민건 아마 뭔가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이영훈과 그는 이미 떼려야뗄수 없는 한 몸임을, 자아반성에 의한 자의적 선택이든, 팬들의 기대에 부흥해야한다는 타의든지 말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영훈의 곡을 부를 때만큼 이문세가 편해보일 때가 없다. 그리고 그 때만큼 이문세가 이문세로서 제대로 보일 때가 없다. 이영훈과 이문세는 작곡가와 가수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상의 하모니이고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시너지이자,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가장 행복한 동행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문세는 무명 작곡가 이영훈을 최고의 작곡자 반열에 올려놨고, 이영훈은 무명 가수 이문세를 국내 최고의 가수로 인도했으니. 






이영훈이 2008년 대장암 투병 끝에 사망했을 때 이문세의 슬픔이 얼마나 컸을지 그래서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것도 2008년 2월 14일 발렌타이데이날 작고한 이영훈은 그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에도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그의 사랑노래를 들으며 사랑했을지, 그의 노래가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위로했을지 느끼고 떠났을까. 지난해 2월 14일 이문세는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오늘은 나의 영원한 파트너 작곡가 고 이영훈씨의 4주기가 되는 날이다. 세상사람들이 밸런타인데이의 달콤함에 빠져 있을 때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


'서로가'를 들을 때면 난 이 노래가 서로를 잊지 못하는 남녀의 그저 평범한 사랑노래는 아니지 싶다. 


이영훈이 이문세를 생각하며 이 노래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노래를 부르는 이문세는 이영훈을 떠올리며 노래하지 않았을까.. 


"끝없는 인연 속에 미치듯 너를 만나 아름다운 별을 찾아 함께 가자고 했어. 


모든 걸 잊었는데 모든게 변했는데 아름다운 별을 찾아 다시 만나자 했어."


故이영훈 홈페이지 http://www.leeyounghoon.co.kr/



p.s 덕수궁 돌담길 뒤 정동교회 앞길에 가면 이영훈 추모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대학원 시험 공부하다말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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